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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1/2): 태종대에 왔으면 태종대를 보고 가셔야지요

Pnew 2021. 12.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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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영업의 실력자를 만나다

지난주, 아직 덜 추울 때 집안일하느라 바쁘신 우리 김토깽님 구경시켜 드리러 태종대를 다녀왔다. 차 끌고 가봤자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운전면허 없는 건 안 비밀) 이고 다닐 짐도 많지 않으니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태종대 입구까지 택시맹키로 데려다 주기 때문에 복잡한 영도에서 길 찾을 걱정할 것 없다. 태종대는 부산 영도구 끝에 위치한 곳인데 '백악기 말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파식대지, 해식애, 해안동굴 등의 암벽해안으로 유명한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 경관지이다.'라고 한다.

 

아래 사진의 '1'보다 조금 더 나아간 곳에서 하차하게 되는데 하차하는 순간 듬직한 형님이 반갑게 맞이해주며 "태종대에 왔으면 태종대를 보고 가셔야지 않겠습니꺼!"라고 하는데 두 번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태종대에 왔는데 숲 속이나 찻길에 다녀보면 뭐하나, 태종대를 보고 가야지. 그렇게 엄청난 말빨에 영업당하고 시커먼 봉고차에 올라탔다. 솔직히 시커먼 봉고차가 다가올 때 어디 팔려가는 기분이 들어서 상당히 껄끄럽고 불안했지만 별 탈 없이 유람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참고로 셔틀 봉고는 무료지만 도착해서 유람선 티켓을 구매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뜬금 없는 유람선 승선

봉고차에서 하차하면 컨테이너 박스와 어딘가 모르게 무서운 형님들이 계시는데 당연히 티켓을 구입하게 된다. 유람선 이동 경로는 위 사진의 '태종대 유람선 터미널'에서 'U'자로 갔다가 돌아오는데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티켓은 아래와 같은데 이름, 생년월일, 성별, 전화번호까지 뭔가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는 것 같을지 모르나 배를 탈 때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당연하게 기입하는 사항이니 부담 없이 작성하면 되겠다. 1인 11,000원으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니 저까지 간 겸에 한 번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딘가 모르게 허름한 터미널과 금방 가라앉을 것 같은 유람선이지만 모두 튼튼하니 불안해할 것 없다. 참고로 컨테이너에서 갈매기 밥인 새우깡을 무려 2,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신나게 달려드는 갈매기를 구경하고 싶다면 한 봉지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유람선은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끌고 가면 갈수록 이익이기 때문에 분명 오후 12시에 출발한다 하여 급하게 봉고에 올라탄 것이 무색하게 30분 동안 기다린 건 안 비밀이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던 게 아래 사진의 비둘기 부대 덕분이었다. 보통 길가에서 보이는 비둘기들은 살이 뒤룩뒤룩 쪄서 무조건 걸어 다니고 사람이 보이면 겁 없이 다가와 먹을 것을 요구하지만 이 비둘기 부대는 차원이 달랐다. 비둘기들이 하나의 대형을 만들어 머리 위를 몇 바퀴 빙빙 도는데 답지 않게 상당히 멋있었고 마지막에 저 위에 줄지어 앉아 응가를 하는 모습이 정말 질서 정연하고 품위 있어 보였다.

슬슬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을 때 쯤 티켓을 주고 탑승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탑승하는 사람은 대략적으로 10명 정도여서 상당히 쾌적하겠다 싶었는데 출항하는 순간 다섯 명이 부두에 도착하는 바람에 더 태우고 출발했다. 

바로 옆에 또다른 유람선 터미널이 있었는데 이번에 탄 유람선보다 조금 더 깨끗해 보였다. 아무튼 출발하자마자 갈매기 무리와 까마귀 한 두 마리가 유람선 주위로 몰려들어서 새우깡을 준비했던 한 부부가 갑판 위에 올라가 뿌리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는 새우깡을 물어가는 게 아니라 바다에 빠진 것을 하나씩 물어가는 데 내가 직접 주지 않고 그 상황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 새우깡은 내가 접수한다.

절벽에 지어진 건물들을 보고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저 위에 도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뭐가 태종대지? 여기 보이는 사진들이 태종대다.

지난번 방문했던 오륙도가 저 멀리 보이는데 예전엔 유람선이 오륙도까지 가서 전부 구경하고 돌아왔지만 요즘은 큰 배들이 오륙도와 태종대 사이를 지나다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햇빛 때문에 탈까 봐 그늘에만 앉아있었는데 11,000원 뽕 뽑아야지 싶어서 뒤쪽의 갑판에 올라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바다를 구경하니 더욱 좋았다.

배는 거의 타보지 않아서 뱃멀미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배가 커서 그런지 속이 안 좋거나 그런 건 없었다.

바다 구경 배 구경 태종대 구경 낚시꾼 구경하고 나니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까 하는 순간 끝이 보이자 아쉬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엄청난 단점이 있다. '갈매기만. 슬~피~우네~. 목매여 불~러봐. 도. 대답 없는 내 형 제 여~' 동영상 녹화본에서 받아 적은 거다. 도대체 무슨 뽕짝인지 엄청난 볼륨으로 고막 터져라 흘러나와서 찍은 동영상을 도저히 올릴 수 없다는 단점.

구경을 마치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며 셔틀 봉고에 올라타 돌아가는 길에 셔틀 기사가 혹시 공원 구경 갈 사람 있는지 물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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