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Misc.

잡학사전(04): 시크릿 산타

Pnew 2021. 12.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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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대한 안좋은 '추억'

십 수년 전 남미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에 살 때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이다. 시크릿 산타라는 이벤트인데 아마도 서양문화권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 되기 일주일 전 학교 담임선생님 주관으로 같은 학년 친구 사이에 무작위로 비밀 산타를 배정시켜서 크리스마스날까지 매일매일 몰래 작은 선물을 주고 크리스마스 당일날 의미 있는 선물을 주는 일종의 '친구 간의 우정?'을 쌓는 이벤트이다.

 

담임이 임의로 시크릿 산타를 배정시켜주는데 사이가 좋지 않거나 잘 모르는 친구를 배정시켜서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그런 취지 아녔을까 싶다. 아무튼 당시에 영어를 거의 못해서 이벤트 방식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할 수 없었고 해석해주는 한국인 친구의 한국어 실력이 형편없어서 뭣도 모르고 참여하지 않았다.


좋은 취지의 이벤트임이 확실하다

그렇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시크릿 산타가되어 작은 초콜릿이나 사탕을 몰래몰래 주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당일 초콜릿 세트, 곰인형, 등등 여러 가지 선물을 가지고 와서 "내가 바로 너의 시크릿 산타였다."라고 소개하며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한다. 거대한 곰인형을 주는 친구도 있었던 반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지저분한 신발이라며 찜찜한 고마움을 주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 간의 우정을 쌓는다고 말했는데 난 이 계기로 인해 그 한국인 친구와 사이가 더욱 멀어졌다.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그렇게 설명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할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씁쓸한 크리스마스였다.

"쓰다가 보니 해피앤딩이 아니네요. ㅋㅋ 여러분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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