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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Domestic

부전시장: 오늘 저녁은 셀러리와 함께

by Pnew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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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 빼고 다있다

출근 시간에 붐비는 지하철 수준은 아니지만,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부전시장은 서면 바로 앞이고 집에서도 가까운 편이라 쉽게 방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집 앞 백화점에 다니다 보니 잘 오지 않게 된다. 채소, 해산물, 육고기, 잡동사니, 그리고 식기와 같은 주방용품도 상당량 판매하고 있다. 시장의 큰길 위주로 돌아다니는 데 본의 아니게 샛길에 들어가 보았더니 여러 가지 식품 이외의 것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도 짐꾼으로 시장을 돌며 조심해야 할 것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손수레를 조심해야 한다. 거의 60~70%의 아지매들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데 주변에 사람이 있건 없건 오토바이가 지나가건 말건 무작정 끌고 가기 때문에 잘못하면 발이 깔리거나 걸려 넘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10%의 아지매들은 눈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밀치거나 팔로 휘저으며 나아가기 때문에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물건을 살 땐 큰 목소리로 내 차례임을 확실히 밝히는 게 좋다. 왜냐하면 뒤에서 소리 지르며 새치기를 시도하는 아지매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게 한국인의 '정' 아니겠나. 전투민족답게 친절을 베풀 때도 욕설을 섞어 하는 '정' 말이다. 시장의 좋은 점이라 하면 사람들이 참 정이 많고 인심이 좋아서 꼭 담아둔 것보다 더 준다. 너무 적게 담은 게 찔려서 양심상 몇 개 더 주는 거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더 담아주니 느낌상 기분은 좋다.

 

시장은 인심이 좋다는데 잘 모르겠다

백화점에서 배추를 구매하려 한다면 채소 코너의 한군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시장에선 배추 파는 가게만 수십 곳이 되다 보니 가격과 무게가 다 달라서 도대체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아지매들은 원하는 값에 구매할 넉살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적당히 필요한 것들을 집다 보니 서서히 한쪽 어깨에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반대쪽 어깨와 대칭이 맞을 때쯤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워낙 복잡해서 어디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다 보니 오늘 시장에 방문한 이유인 셀러리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찌 목표물을 손에 넣지 않고 돌아가겠나. 비슷한 길을 두어 번 지나가다 운 좋게 셀러리를 찾았다.

셀러리: 미나리과에 속하며 남유럽이 원산지이다. 쓴맛이 강한 야생 셀러리를 개량한것이 지금의 셀러리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셀러리를 볶아먹는다고 나와 있는데 셀러리를 볶아먹다니 상상도 아니 상상은 할 수 있지만 생으로 먹는 게 더욱 맛있다. 흐르는 물에 간단히 씻어주고 잎은 쓴맛이 있기 때문에 쌈 싸 먹을 때 먹고 줄기는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된다. 섬유질이 많아서 분명 몸에도 좋을 것이다!

한단 구매 했는데 가격이 3,000원으로 좀 비싼 축에 속하는 채소인 듯 하다.

맛좋은 셀러리

그렇게 필요한 것을 모두 구매하고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다. 운 좋게 앉을 자리가 있어서 장가방을 다리 사이에 끼고 앉았다. 난 KF94 마스크를 껴서 몰랐는데 바로 옆자리의 아저씨가 갑자기 말했다. "그, 향기~하이 좋네요. 그거 이름이 뭐죠?" 확실히 셀러리에서 향긋한 향이 나는 것은 사실이기에 셀러리라고 알려드렸더니 별말 없이 끄덕이고 넘어갔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아저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조금 삐져나온 한줄기만 먹어볼게요."라며 꺾여있던 이파리 한줄기를 끈 어가더니 바로 입에 넣고는 오물오물 씹어 드셨다. 조금 황당하고 재밌는 상황이라 웃음이 나올 뻔했다. 얼마나 향이 좋고 궁금했으면 그랬을까. 다음 역에서 아저씨는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와 함께 하차했다. 새로운 맛에 눈 떴을 아저씨를 상상하니 셀러리라는 이름을 조금 더 또박또박 불러줄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줄기 부분도 드셔봐야 하는데 싶기도 했다.

아직 셀러리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면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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